윗 사람과 아랫 사람이 지켜야 하는 것

2년 전에 동기 하나가 퇴사한다기에 이별하는 자리를 조촐하게 만들었던 적이 있다. 그 친구가 회사를 떠나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었지만 무척 힘들어 했는데 누구나 그렇듯이 가장 큰 이유는 조직과 사람에 대한 어려움이었던 걸로 기억된다. 나 역시 조직과 사람때문에 어렵고 힘들었고 지금까지도 어렵다고 생각하는 부분이지만 날 아직 이곳에 붙잡아두고 있는 이유 역시 조직이라는건 참 아이러니한 일이다.


내가 조직과 사람에게 잘 적응하고 있는지 아닌지의 여부를 떠나서 난 조직 자체에 대한 관심이 많은 편이다. 소규모 인원이 모인 조직이 여럿 모여 거대 기업을 형성하고 운영되고 있는 것 자체가 신기하기도 하지만, 이 곳 아니면 이 정도 규모의 조직을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별로 없을 것 같다는 생각에 가능한 많은 것을 관찰하고 배울 생각이다. 혼자 혹은 소규모로 움직이는 것은 언제나 가능하다는게 내 생각 중 하나이기도 하고.


언젠가 그런 글을 본 적 있다. 누군가가 싫을 때 그 사람을 자세히 관찰해 보면 그 모습이 나일 가능성이 높다는 내용이었는데 상당히 공감했었고, 그런 경우들을 닮아서는 안되는 모습으로 기록해 두면 좋을 것이라는 내용도 좋았다. 요즘 복잡하고 불편한 마음을 갖게 되길래 가만히 생각을 정리해보니 가장 큰 원인은 조직 내에서의 사람관계 때문이라는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혈액형별 성격에 대한 재미있는 글들을 읽어보면 내가 만나게 되는 사람들은 네가지 유형 중 하나에 불과하고, 경우를 늘려보려고 MBTI 검사까지 동원해봤자 열 여섯 중 하나가 되어야 하는데 모두 다르다는건 참 이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관계하게 되는 수많은 사람들 중 나와 잘 맞는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나를, 또 구성원들 전체를 불편하게 만든다면 그건 내가 닮아서는 안될 모습일거다. 그래서 최근 관찰하게된 안 좋은 모습들을 나열해 볼까 한다. 다른 사람들이 “당신도 역시 그래요” 라고 말할 수도 있지만 내 스스로에게 경고하고 반성하는 기회로 삼을 수 있을거란 생각이다. 제목에 “윗 사람, 아랫 사람” 이라는 단어를 사용해서 보수적이란 느낌이 들지만 딱히 다르게 표현할 말이 없다는게 아쉽다. 그냥 “조직내에서 사람들을 불편하게 만드는 행동들” 이라고 할까? 그래. 부제로 정해두자.



[윗 사람이 해서는 안 될 행동]

1. 아랫 사람 앞에서 그 사람보다 위에 있는 인물들에 대한 험담

– 조직을 약화시킬 수 있다. 아랫 사람은 험담의 대상이 되는 자신의 바로 위에 있는 사람을 깔보거나 무시하게 될 가능성이 높고 중간에 위치한 그 사람이 흔들리거나 무너지면 연결고리가 사라지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짧지만 경험상 중간이 비어있는 조직은 관리자도 힘들고 아랫 사람들도 힘들어한다. 나의 경우엔 제일 위에 있는 관리자가 내 상급자에 대한 안좋은 이야기를 꺼내면 내용이 사실일지라도 관리자의 자질을 먼저 의심하게 된다. 왜냐하면 우리는 개인 플레이를 하는게 아니라 조직 단위로 움직여야 하니까. 정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따로 불러내서 대화로 풀어야할 일이라고 본다. 아랫 사람들 앞에선 중간에 위치한 인물에 대한 전폭적인 신뢰를 보내는 것처럼 ‘연기’라도 할 필요가 있다.


2. 능력에 대한 폄하

– 누구나 장기가 있고 특징이 있다. 내가 종사하고 있는 업종은 기술, 트렌드에 대한 변화가 극심한 편인데다가 본인이 해야하는 업무의 전환도 무척 빠르게 이루어진다. 그런 외부 환경의 변화가 반갑고 빠르게 적응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그렇지 못한 사람들도 분명 존재한다. 그래서 윗 사람이라면 그렇지 못한 사람들을 배려하고 독려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사실 그 사람이 변화에 대해 조금 느린 것일 뿐이지 능력이 없는 것은 아니다. 난 그런 경우를 알고 있고, 대상이 되는 그 분은 어떤 면에서는 충분히 존경받을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지금 당장 어디선가 요구되는 일을 빨리 처리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그 사람이 무능력한 것처럼 대우하는 것은 절대 윗사람이 해서는 안 될 행동이다. 경험상 그 느릿한 사람의 노하우가 절실히 필요해질 때가 올 게 분명한데 그 때 가서는 아쉬운 소리 할건가? 모양 빠지게 그런 상황을 만들려고 하지 말자. 모든 개인이 장점을 가지고 있으니 그런 것들을 충분히 살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게 여러가지로 좋은 방법이다. 조직의 분위기도 좋아지고, 그래서 일도 더 빨리 진행될거라고 믿는다. 업무 성과에 대한 보람뿐 아니라 조직 구성원을 배려했다는 사실, 그 마음의 뿌듯함 만으로도 행복해지지 않을까? 아! 한가지 빠졌는데 내가 회사에서 본 모든 사람들은 모두 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 능력의 종류가 다를 뿐이지. 우리 회사는 능력없는 사람은 쓰지 않는다.


3. 강압을 통한 업무진행

– 강압적인 업무지시. 일부분은 좋은 점이 있다. 그런 지시를 받아서 이행하는 아랫사람의 경우 심적인 부담을 갖게 되지만 오히려 긴장할 수 있어서 실수를 줄이거나 업무능력을 빠르게 향상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개인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동일한 강도로 압박하면 어떤 개인에게는 오히려 해가 된다고 본다. 의욕을 떨어뜨리거나, 스트레스로 인해 업무 이외의 부분에 악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인데 그 악영향은 결국 돌고 돌아 업무에 영향을 끼치게 된다. 대부분의 경우엔 그렇다. 조직 구성원들 모두는 일을 잘 하고 싶은 욕심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일정을 아랫 사람 스스로에게 계획하고 작성하게 만들면 그 아랫 사람은 본인의 여러가지 환경을 고려하게 될 것이고 혹시 그렇게 만들어진 계획이 전체 일정상 위험하다 판단될 경우에는 함께 의논해서 적당한 선을 잡으면 된다. 충분한 상황 설명, 예를 들어 “프로젝트 전체 일정이 이러이러하니 네가 짠 이 일정이라면 이렇게 될 수도 있단다. 그러니 네가 이렇게 이렇게 해보는건 어떨까? 부담스럽다면 다른 방법을 강구해보자. 솔직하게 얘기해주렴.” 정도의 짧은 대화를 나누는 것 만으로도 아랫 사람에게 책임감과 긴장을 유도할 수 있고, 배려할 수 있다. 그리고 요즘은 강압으로 산출물을 많이 뽑아내 성공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 빨리 익히고 일하는 것, 좋아 보일 수 있지만 결국은 벽을 넘지는 못할거라고 본다. 회사에서 능력 인정 받으면서 미친듯이 일만 하던 동기가 출장으로 애플 본사에서 몇 개월 생활하고 나서 회사를 그만두는 걸 난 봤다.



[아랫 사람이 해서는 안 될 행동]

1. 안된다, 할 수 없다, 하기 싫다

– 어떤 일이 안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경우가 있다. 불가능하다고 판단될 수도 있다. 하지만 난 경험한 어떤 경우라도 그런건 본 적이 없다. 또 그렇게 믿고 있기도 하다. 정 안된다고 생각되면 근거를 상세하게 설명할 필요가 있다. 아니면 아예 다른 방안을 제시하는 것도 좋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말씀하신 이 부분은 그렇게 진행될 경우 이런저런 문제가 있기 때문에 해결이 쉽지 않을 수 있으니 아예 이렇게 저렇게 하는건 어떨까요?” 라는 식이라면 좋을 것 같다. 불가능하다고 말하고 싶을 때에는 단어선택이라도 잘 하자. “쉽지 않아서 일정에 맞추기가 어렵다” 정도면 되지 않을까? 왜 이런 말을 하지 않는게 중요하냐면 위에서는 충분히 생각해서 지시한 사항인데 안된다는거니 윗 사람을 바보로 만드는 행위이기도 하고, 대부분은 그 사람의 의지와 의욕을 의심하게 만드는 말이기 때문이다.


2. 윗 사람의 성과 깎아내리기

– 이런 경우는 거의 없다고 생각되지만 불행하게도 경험한 적이 있다. 실제로 윗 사람이 해결한 문제가 별 것 아니었고 대단한 일인 것처럼 본인이 공치사했던 것도 아닌데 아랫 사람이 끼어들어 그걸 진짜 아무것도 아닌 일이라는 식으로 받아치는 경우. 대책이 없다.


3. Assumption

– 예전에 좋아하던 미국 분에게 배웠던 내용. 아랫 사람, 윗 사람 따질 것 없이 모두 공통되는 내용이기도 하지만 상대적으로 경험이 적은 아랫 사람들이 잘 사용하는 기술이다. 나 역시 의욕만 앞설 때 많이 사용하기도 했고. 모든게 명확하지 않은 안개가 잔뜩 낀 것 같은 상황인데 자신에게 결정권은 없을 때, 그 때 이런식으로 말을 하게 된다. “이런 경우에는 이렇게 하면 될거고, 저런 경우엔 저렇게 하면 된다. 이런 경우에 이렇게 했을 경우엔 뭐가 불확실한 상태이지만 그 불확실한게 이런거라면 이렇게 이렇게, 저런거라면 저렇게 저렇게.” 적당한 추정과 가정은 리스크를 미리 생각해 본다는 점에서 좋게 작용할 수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엔 또 심한 추정은 오히려 혼란만 가중시킨다. 그리고 쓸모없게 될 가능성도 높아서, 자신의 의욕이 하늘로 치솟고 있음을 자랑하는 행위에 불과하게 되고 결국은 에너지 낭비다. 말로 가정하고 추정, 추측하지 말고 변수가 많은 경우엔 그 변수를 하나씩 고정시킬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서 행동하는게 훨씬 효율적이라고 생각한다.



회사와 회사를 구성하고 있는 소규모 조직들은 모두 목표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달려가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구석구석 들여다보면 그 목표라는게 공유되지 못하는 경우도 많고, 왜 그런 것들을 해야하는지 이유조차 불분명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동기부여가 되질 않고, 결국은 따로 따로 움직이게 된다. 어느정도 규모가 커지면 어쩔 수 없이 발생하는 문제이기도 한 것 같지만.


조직은 살아있는 생명체 같아서 우리 몸을 다루는 것처럼 구석구석 관심을 갖고 어루만져 줘야 할 필요가 있다. 조직은 언뜻 단순하고 하나로 되어있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지만 그 구성원들은 단순히 몇가지, 몇십가지로 구분될 수 없는 개성이란 걸 가지고 있는 존재들이기 때문에 모두 비슷한 사람들이라고 착각하지 말고, 서로 존중할 수 있는 문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너무 진부하지만 그 기본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사회에 우리가 살고 있기 때문에 항상 아쉬운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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